차이의 딜레마
장애에 관한 용어는 장애인에 대한 처우와 함께 변화되어 왔고, 동시에 그 용어가 나타내는 의미에 따라 대상의 존엄이나 권리를 민감하게 반영하여 왔다. 전통적으로 속담 등 의 문헌에 나타난 장애인에 대한 명칭은 차별적이고 비하적인 용어로 묘사되는 경우가 적지 않다. 그러나 미국에서 브라운 등으로 대표되는 장애인으로 살아가는 것에 긍지를 가지자는 운동, 즉 장애문화라는 형태로 장애를 자신의 최대의 정체성으로 보자는 움직임이 일어나고 있다(Linton,1998). 槌口恵子(1998)도 장애를 최고의 은혜로 받아드려야 한다고 주장하고 장애인인 자신을 소중히 하는 것, 즉 장애인이 아닌 자신은 있을 수 없다고 주장한다.
1996년 초의 시각장애와 청각장애를 동시에 가지고 있는 福島智(1995, 1996a, 1996b)와 작가 山口泉(1996)가 세계라는 잡지에서「장애인의 개념」에 대한 논쟁은 우리에게 많은 시사점을 제공하고 있다. 작가 山口泉(1996)는“나는 원래 장애인이라는 말을 쓰지 않는다. 또 그것이 가리키는 개념도 인정하지 않는다. 이 세상에는 장애인이라는 범주로 묶어지는 한정적인 집단은 존재하지 않는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거기에는 한 인간이 있을 뿐이다.” 여기에 대해서 福島智(1995, 1996a, 1996b)는 불분명하다고 반론을 제기한다. 즉 장애라는 속성으로 인해 받는 차별과의 싸움에서 그 장애라는 개념을 부정한다는 전략은 있을 수 없다고 반론을 제기한다. 福島智(1995, 1996a, 1996b)의 주장은 작가 山口泉(1996)의 주장에는 Minow(1990)가 말하는 차이의 딜레마에 빠져 있다는 것이다. 즉 차이의 딜레마는 다른 것에 착안한 차별이 있는데 그 차별에 대처하기 위해서는 그 차이에 착안할 수 밖에 없다는 것이다. 왜냐하면 그 차이를 무시하는 것은 차별을 더욱 악화시켜 버리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차이에 착안하게 되면 차이의 고정화에 결부되고 마는 딜레마에 빠지게 된다는 것이다.
인간이 있을 뿐이라는 작가 山口泉(1996)의 보편주의 관점은 출발점이자 도달점이기도 하다. 그렇지만 안이하게 거기에 안주하는 것은 태만이다는 것이다. 그러한 의미에서 福島智(1995, 1996a, 1996b)는 장애인을 차별적 범주로만 파악하고 있지만 다른 한편으로 杉野昭博(1997)와 같이 장애인을 고유문화를 가진 존재로 보는 적극적인 관점도 있다. 차이를 우열로 환원해 버리기 쉬운 토양 속에서 “차이”와 “다름”을 쉽게 주장하기는 어려움이 따른다. 그러나 같은 인간이라는 주장에 앞서 생각하지 않으면 안되는 것이 많이 있다. 그러한 부분을 안이 하게 건너뛰고 같은 인간인 것에 매달리는 것은 오히려 평등과 멀어지는 것이 된다.